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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4 / 20
식당과 가구 갤러리로 운영되는 한남동 카인드(KIND)
       

생긴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한남동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카인드(KIND)’란 이름이 호명되고 있다. 지하에 있는 류화랑의 이름값 덕분인가 싶다가도, 기라성 같은 한남동의 음식점과 매장들을 떠올리면 고개가 저어진다. 대사관 근처의 가장 고급한 건물들을 지나친 후 맞닥뜨린 붉은 벽돌의 근린상가에 들어서자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1층은 식당, 2층은 가구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 그곳, 카인드이다.
 
 
사진 - 1층 내부
 
한남동에는 음식점이 정말 많다. 그 중엔 ‘좋은’ 음식점도 많다.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고 있는 카인드지만 애써 좋은 음식점이라고 자랑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식탁에 앉는 것만으로 ‘달라서 좋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된다. 장 프루베의 프로토타입 빈티지에 놓인 투명한 유리잔, 그 안에 꽂힌 한 줌의 보리풀은 카인드의 인테리어 철학을 설명할 수 있는 본보기이다. 카인드의 내부 공간에는 1층과 2층 모두 실용성을 강조한 스칸디나비아 가구와 스토리가 있는 소품 등이 쓰이는데, 단정하면서도 세심하다. 정제되고 단순한 스타일인 것 같지만 막상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가게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그러나 쓰임과 출처 등이 모두 다른) 식기에 그려진 가로, 세로 무늬는 카인드의 고유한 취향을 치밀하게 드러낸다. 벽에 걸린 시계의 둘레와 똑같은 크기로 출입문에 뚫린 창은 엄격함마저 느끼게 한다. 식탁과 의자 또한 시원시원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그 자리마다 각각 다른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공간의 구조, 색, 다른 가구와의 어울림이 있을 때라야 가구가 비로소 제 멋을 드러냄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흐트러짐이 아닌 어우러짐은 모든 가구가 한결같이 북유럽 출신이라는 점도 유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식탁의 너비와 형태, 의자의 높낮이에 따라 전체적인 가구의 색깔이 정리되고 더불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이 완성된다.
 
 
사진 - 2층 내부
 
한층 오르면 북유럽 등에서 류상엽 실장이 손수 수입한 가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의 그 묵묵하고 간결한 멋이 짙다. 뿐만 아니라, 가구의 전시 및 보관 방법도 그런 인상을 준다. 천정의 할로겐 조명은 가구를 직접 쬐지 않고 반사광으로 비추고 있어, 가구의 색감이 왜곡되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 온도변화에 민감한 나무 소재이기 때문에 온도 변화를 어떻게 신경 쓰는지도 궁금했는데, 콘크리트(일명 ‘도끼다시’) 바닥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이 건물로 입주하기 전, 유치원으로 사용되었던 2층 바닥은 파인 홈을 메우고 연마를 하는 등 최소한의 보수만을 했고, 결과적으로 가구 매장에 가장 적합한 바닥을 얻게 되었다는 것. 구석구석에 비치된 가구들은 대표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디자이너 장 프루베, 아르네 야콥센, 한스 J. 웨그너, 아르네 보더 등의 프로토타입 빈티지다. 비치된 가구들 위에는 각 작가의 도록이나 디자인 서적에서 해당 작품을 설명하는 부분을 펼쳐놓아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데, 이는 매장을 더욱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세심한 배려이기도 하다.
 
 
사진 - 카인드 전경
 
카인드 인테리어의 백미는 바로 통창이다. 벽의 80% 이상을 유리창으로 대어 자연광은 물론, 외부에서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를 취한다. 한남동의 숱한 음식점과 매장 등이 사방을 꽁꽁 싸매고 있는데 반해, 카인드는 오히려 안과 밖의 경계를 희미하게 연 덕에 주변의 길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인사동의 명맥 높은 류화랑이 한남동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마련할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거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외국인의 전화방, 야식집 등이 즐비했었던 이 길은 류화랑을 시작으로 건물들이 점차 세련되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저 건물에 입주해 인테리어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린 창을 통해 주변 공간과의 문화적인 소통을 이뤄내는 방식이야 말로 카인드의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인 셈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소등하는 시간에도 카인드 2층 창가의 할로겐 조명은 꺼지지 않고 밤새 켜져 있다. 가로등이 없는 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가장 밝은 등불은 카인드에서 비추는 바로 그 노란 빛이다.
 
글, 사진 이지영 객원기자
 
tag.  서울 , 한남동 , 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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