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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3 / 30
1년 ‘열두 달(12 dal)’ 즐거운 카페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으로 마음 편히 시선 둘 곳 하나 찾기 어려운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먹자골목. 이 번잡스러움 가운데 소박해서 눈에 띄는 카페 ‘열두 달(12 dal)’은 주변 경관과 겉도는 듯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게 되는 편안함을 지녔다.
 
‘열두 달’이 지닌 의외성은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대부분 홍대에 있는 카페에 온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 기어코 이 복잡한 거리에 문을 연 것은 늘 가고 싶은 카페가 집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고, ‘열두 달’이 그런 카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원미구 중동은 홍대나 가로수길 같은 곳에 있었다면 여느 카페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일 수도 있었을 ‘열두 달’이 확연히 눈에 띌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므로, 현명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사진 - 복층 구조가 한 눈에 보이는 내부전경
 
사진 - 카페 내부에 마련해 놓은 세면대
 
사진 - 주방 전경
 
사진 - 내부전경,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가 북유럽의 어느 이름 모를 카페를 연상시킨다.
 
비록 이 공간의 주요기능이 카페이지만 커피는 물론 카페 관련 소품과 의류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모두 1년 365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판매하고 있어 이름도 ‘열두 달’인 이곳의 인테리어는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단조롭다. 흰색과 검정 그리고 흰색에 가까운 회색으로 컬러를 통일시키고, 나뭇결이 살아있는 가구로 포인트를 준 것이 전부. 북유럽의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연출 덕분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 놓인 오렌지색 에스프레소 머신이 유독 산뜻하게 느껴진다. 이 에스프레소 머신은 심심한 내부 인테리어에 포인트 컬러를 주기 위해 ‘열두 달’이 직접 튜닝을 한 것이라고. 사실, 인테리어 소품이나 의류, 카페 관련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지라 곳곳에 놓인 제품이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내주고 있으니 이 이상의 인테리어는 필요 없을 듯도 하다.
 
‘열두 달’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높은 층고를 활용한 복층 구조다. 아이를 데리고 온 손님이 편안하게 커피를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이층 한 쪽에 좌식 테이블을 두고, 나머지 공간은 ‘열두 달’의 두 마리 고양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테이블을 하나라도 더 놓을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카페의 진짜 주인은 손님이고, 또 손님들이 가능한 편안하게 오래 머물다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복층 구조를 고집했다고. 카페 외부에 테라스가 있어 얼마든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다.  
 
사진 - 외부전경,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테라스
 
사진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에 설치한 2인용 테이블. 메인 홀과 달리 아늑하게 꾸몄다.
 
사진 - 의류쇼핑몰을 함께 운영, 관련 소품들을 카페 한쪽에 디스플레이하여 인테리어 효과까지 얻고 있다.
 
사진 - ‘열두 달’의 마스코트 고양이 작은 놈이(좌)와 큰 놈이(우). 사교성이 좋아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카페 ‘열두 달’을 ‘열두 달’이게 하는 이유는 매달 바뀌는 메뉴와 메뉴판에 있다. 매일매일 같은 공간인 것도 모자라 같은 메뉴로 일관하는 것만큼 지루한 카페도 없다는 생각에 매달 제철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메뉴로 바꾸는 것이다. 하다못해 커피도 생산지역별로 수입되는 달이 다르기 때문에 매달 수입되는 커피 원두를 구해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매달 메뉴가 바뀌다 보니 메뉴판도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 ‘열두 달’에서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소품인 메뉴판으로 카페 주인들은 물론 손님들도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생각보다 손님들의 피드백이 느린 편이라 매달 바꿔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열두 달’은 1년 열두 달 새롭지만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공간을 새롭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손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는 ‘열두 달’만의 작은 정성인 것이다.
 
사진 - 매달 바뀌는 ‘열두 달’의 메뉴판들. ‘열두 달’에서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인 호기심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는 게 인간이지만, 그만큼 늘 같은 자리에 편안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공간을 쫓기도 한다. 이런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공간이야 말로 ‘열두 달’이 아닐까. 1년 열두 달 새롭지만 어제 만난 친구처럼 편안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유정(燸濪) 객원기자
 
tag.  부천 , 카페 , cafe ,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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