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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3 / 24
휴일같은 오후의 공간, 홀리데이 아파트먼트 마켓 & 카페
       

조용한 서교동 주택가 한 켠에 폭스바겐 미니버스 한 대가 서 있다. 버스 주변으로는 그릇이며 각종 소품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누군가 이사를 하면서 벼룩시장이라도 열었나 싶어 기웃거리다 보면 ‘홀리데이 아파트먼트’라는 이름과 함께 ‘마켓&카페’라는 부연 설명이 보이고, 그제서야 밝고 아기자기한 실내 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휴일 오후의 한적함을 닮은 이 곳, 홀리데이 아파트먼트다.
 
외부전경 - 작은 앞마당에 마스코트인 폭스바겐 미니 버스(‘염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가 주차되어 있고, 다양한 생활 소품도 진열되어 있는 홀리데이 아파트먼트의 입구
 
일본의 어느 세련된 가정집을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홀리데이 아파트먼트는 도쿄의 생활 잡화 이야기가 담긴 여행서 <잡화 도쿄>의 저자 신현경씨가 만든 공간. 뮤직비디오 및 CF프로듀서로 일하면서 해외를 많이 다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남다른 눈썰미로 이런저런 디자인 제품을 골라 모으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잡화(zakka)’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덕분에 홀리데이 아파트먼트에서는 다른 소품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부터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것까지, 로컬 브랜드의 공예품부터 유명한 디자인의 리빙 소품이나 아이디어 상품까지, 그야말로 다채로운 물건을 고루 만나볼 수 있다. 주말이면 노트, 그릇, 인형, 장난감, 시계 등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컬렉션을 펼쳐놓고 홍대, 계동, 가로수길 등지에서 지인들과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던 그녀는 미니 버스 ‘염둥이’를 안정적으로 주차할 공간의 확보와 책에서는 미처 다 담아낼 수 없었던 감성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문을 연지 한 달 남짓함에도 불구하고 꽤나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는 아마도, 안팎으로 들어찬 아기자기한 물건의 개수만큼이나 그 속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한 까닭일 것이다.
 
 
내부전경 - 벼룩시장 특유의 낭만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내부 공간의 모습
 
일본을 비롯해 미국, 아프리카 등 각지에서 손수 골라 가져온 다양한 물건들은 그야말로 종류도, 가격대도 제 각각이다. 단순히 판매나 손익을 생각해서 차린 가게라기 보다는 물건에 담긴 의미나 가치를 이해하고 나누고픈 마음이 크다고. 덕분에 벼룩시장 특유의 낭만적인 정서를 공간 곳곳에서 물씬 느껴볼 수 있다. “지인에게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라는 영화를 소개 받아 본 적이 있어요. 주인공은 처음에 커피 전문점을 차렸는데, 어쩌다 물물교환을 시작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가치관까지 바뀌게 되죠. 이 영화가 주는 재미와 메시지가 마음을 사로잡더군요.” 이는 마켓과 카페를 동시에 겸하고 있는 홀리데이 아파트먼트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작은 실마리다. 아직은 그녀만의 취향과 개성을 조금씩 풀어놓는 단계이지만 점차 물건뿐 아니라 재능까지도 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도 세워 두었다고 덧붙인다.
 
마치 숨겨놓은 보물을 찾듯 시간가는 줄 모르고 찬찬히 구경하고 싶어지는 홀리데이 아파트먼트는 메뉴 책자에 적힌 문구조차 꽤 감성적인데, 조금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홀리데이 아파트먼트를 여행하는 방법.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주문한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녹차 카푸치노, 따뜻한 대화와 함께하는 시원한 여성 취향의 오렌지티, 에스프레소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하모니… 카페 플로트, 이노카시라 공원의 하나비라 마츠리가 생각나는 야끼소바.’ 일상을 잠시 벗어난 여행자의 입장에선, 그 어떤 평범한 음식도 세상에 하나뿐인 추억의 맛으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나지막이 되새겨주는 것 같은 문구다.
 
만약, 혼자서 한가로운 시간에 홀리데이 아파트먼트를 방문한다면 친절한 안내에 따라 오지앙(죽), 오니기리 등의 추천 메뉴를 맛보고 자그마한 계단 서재에 마련된 책도 읽으며 느긋하게 쉬어가도록 하자. 계절 한정으로 선보일 메뉴에는 ‘벚꽃 티 라테’도 있으니 참고할 것. 날이 좀 더 풀리면 미니 버스를 타고 동네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시승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따로 온라인 마켓은 열지 않을 생각인데, 그저 동네 산책하듯 슬쩍 들러서 홀리데이 아파트먼트에서만 볼 수 있는 소장품도 구경하고 물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나눴으면 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이것이 바로 휴일같은 오후를 보내는 방법이다.
 
 
 
이지영 객원기자 ㅣ 사진 김장현
 
tag.  마켓 , , store , cafe ,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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