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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 08 / 20
퍼포먼스 아트에서의 렉처 퍼포먼스의 실현
       

 
작품이후 열린 예술가와의 대화 시간에 관객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라비 무르에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가 ‘렉처 퍼포먼스’라는 정의를 갖고 정식적으로 펼쳐진 국내 사례로는 2008년 페스티벌 봄에서 열린 ‘라비 무르에’의 「담배 끊게 해줘」가 거의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페스티벌 봄(2007년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로 출발)은 다원예술을 표방하는 축제로서, 장르와 장르를 넘나들며 장르의 문법을 교란시키고, 복합장르가 아닌 장르를 넘어서는 연금술적 혼합으로 탈장르의 영역을 구축하며 예술의 심층이 스멀스멀 배어나오게 하는 데서 기존 예술의 다시 쓰기(rewriting)를 시도하는 예술 행사로 보인다. 이 혼합은 다양성의 표층 아래 장르 간의 만남에서부터 충돌, 교차, 접합의 과정을 수반하거나 보다 초월적 진단이나 사유로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서 출발한다.
 
 
 
Orion Maxted
 
앞에 노트북을 놓고 관객을 바라보고 앉아 스크린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수집한 영상 자료 등을 보여주며 가벼운 농담에서 진지한 자기 성찰로 나아가는 강연(퍼포먼스)을 이끌어 간 라비 무르에의 「담배 끊게 해줘」를 보자면, 렉처 퍼포먼스의 출현은 렉처와 퍼포먼스의 분리 내지 단순한 만남이 아닌, 렉처가 곧 퍼포먼스이고, 퍼포먼스가 곧 렉처가 되는 묘합(妙合)의 영역을 나타낸다. 이른바 새로운 장르의 출현일뿐더러 렉처에 수반되는 가르침의 주체의 목소리와 윤리적 태도가 배어드는 시간, 교육적 메시지, 현장성과 즉시성을 동반한 생생한 열기의 자각이 퍼포먼스의 장에서 구현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곧 렉처 퍼포먼스에서는 퍼포머가 극 안에 내포된 예고된 역할로서 극을 장식하기보다 극 바깥에서 관객과의 현실을 마주하는 데 조금 더 가까이 위치하게 되고, 관객은 삶 속에 퍼포먼스의 사유를 옮겨 오는 데 조금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퍼포먼스로서 렉처”는 강의 맥락 안에서 극작법과 교육학을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렉처들은 드라마로서 다가갈 수 있고, 드라마 이론과 기법은 화제에 대한 정서적이고 사회적이며 지적인 참여로 이용될 수 있다.1)


특별히 렉처 퍼포먼스에 대한 정의를 찾거나 구체적인 사례들을 찾는 게 힘든 것은 그것이 아직 확실하게 정의되어 그 정의 안에서 사례들이 재인식되지 않기 때문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열린 2010한국실험예술제의 다양한 작품 경향 중에 퍼포먼스 아트라는 영역 하에서 렉처 퍼포먼스로서의 형태적 유사성(물론 렉처 퍼포먼스라는 장르를 직접적으로 표방한 것은 아니기에)을 띤 작품들을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무대와 현장, Performing Art & Performance Art
 
총체 예술로서 무대 예술은 조명과 사운드, 음악, 무대 디자인, 오브제의 활용 등이 하나의 극적 서사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실재로 기능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는 바그너가 말한 음악과 연극이 융합적으로 만난 음악극이라는 총체 예술과는 거리가 있을뿐더러 각 영역의 경계를 넘는 실험적 모색이 아닌 관성적 문법 안에서 수동적인 수용의 형태로 녹아드는 데 그치는 결과를 낳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무대가 어떤 환영을 보여주는 데 최우선을 다하는 가운데, 만듦새와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이는 반복적 재현의 불가능성의 구멍을 막아 놓는 performing art(공연예술)의 한 단면을 구성케 된다.
 
performing art와 performance(퍼포먼스) 내지는 performance art(퍼포먼스 아트)의 차이를 반복과 일회성의 차이, 공연과 미술 근간에서의 다른 출발선상에서 찾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2)
 
퍼포먼스 아트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무대라는 장소를 현장으로 치환하는 데서 오는 환영의 서사 구축을 위한 견고한 무대적 환경을 벗어나는 데 있다고 보인다. 이는 무대라는 자본의 투여와 전문적인 시스템의 과정적 절차에 크게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한다.3) 또한 퍼포먼스 아티스트는 현장에서 그 자신이 곧 퍼포머로서 작품의 주도적인 생산자이자 작품으로 기능한다. 배우라는 역할의 일임과 연출 및 극본의 탈각된 목소리의 유령적 시선은 이제 아티스트의 몸을 타고 직접적인 언설로 출현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렉처 퍼포먼스와 퍼포먼스 아트의 공통 지점이 발생한다. 곧 전자가 단순히 배우나 아닌 강연 주체로서 무대를 뛰어넘는 경계에서 퍼포먼스가 출렁이기 시작한다면 후자는 현장을 이끌어가고 참여하는 예술가적 주체로서 정체성을 획득해 나간다.
 
 
non grataⓒYokko


퍼포먼스 아트와 렉처 퍼포먼스의 접점
 
2010한국실험예술제4)에서 에스토니아 퍼포먼스 그룹, Non Grata의 「VIVARIUM」(동물 사육장)이란 작품에서 Al Paldrok은 거울에 립스틱으로 글씨를 적으며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묻는다. 퍼포머가 출현하기 전 관객들은 촘촘히 행렬을 이뤄 앉고, 앞의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며 여기에 섹스의 소리가 투여되는데, 관객을 하나의 장으로 묶는 거울 속 관계망의 형성과 당황스럽거나 데면데면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자신에게로 생각을 소급시키게 된다.
 
극장의 레일이 돌아가는 소리, 끊임없이 반복되는 한 문장의 확성기가 대위법적으로 맞물려 맥놀이를 하며 기승전결의 구조를 탈피해 묘한 중독의 트랜스를 선사한다. 이 여러 마찰음은 배경음에 머물지 않고, 실체의 덩어리 속에 임재하며 관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돼지 가면을 쓴 퍼포머가 무대를 휘젓고 돌아다니고, Al은 성욕에 관련된 영어 단어들을 거울을 칠판 삼아 짧게 적음으로써 묘한 중독의 층위와 맞물린 가운데 인간을 고상한 이성적 존재로부터 동물적 욕구를 간직한 존재로, 그 경계를 연금술적으로 무화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본능에 대한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퍼포먼스는 관객을 불편한 욕망에서 스스로 시험케 하며 관객 자신을 들추어보게 한 뒤 그 위에 욕망의 수사들을 새겨 넣는 식으로, 퍼포먼스 아트는 질문과 질문을 이어 일련의 렉처의 흐름을 도출한다. 
 
 
non grataⓒYokko
 
이스라엘의 작가, Dovrat ana Meron의 「The Nature of a red dot」는 조금 더 명확한 렉처 퍼포먼스로 나타난다.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데, 빨간 점에서부터 시작해 빨간 점과 연관 지은 것들이 얼마인지 묻는 경매의 방식을 차용한다. 점은 얼마인지, 점이 뚫려 결함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옷, 또 점이 뚫린 것이 장식이 되어 하나의 온전한 옷이 되는 옷, 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포함한 옷 등은 얼마인지 관객들에게 구입할 의사와 그 가격을 묻는다. 여기에는 어디까지가 예술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에서부터 한편 예술가에서부터 출현하지만 자본에 의해 예술로 재매개되는 예술 작품, 그 사이에서 예술과 예술 작품의 간극이 발생하는 예술 시장의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답은 없다. 다만 끊임없는 선문답 같은 질문의 연쇄 작용으로 생각의 꼬리를 잇고 질문들의 비교로써 현실에의 화두를 움켜쥐게 되는 데서 각자의 답을 찾을 뿐.
 
영국 작가, Orion Maxted는 무대 예술의 메커니즘을 메타적으로 보여주며 환영을 수행적(performative)으로 구축한다. 스무 개 정도의 일련의 과정이 적힌 큐시트를 미리 읽어준다. 그리고 이를 실행한다. 가령 ‘그린 라이트가 켜진다. 암전, 다시 레드 라이트가 켜진다.’, 이 세 개의 작용이 각각 하나의 과정이다. 작가가 미리 일러둔 작가의 지문이 묻어 있는 큐시트의 언어는 작가의 지시에 의해 즉각적이고 현재적으로 실천된다. 즉, 극적인 형태로 환영을 도출해 내는 정서적 기능을 충족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순서에 입각한 것임을 인지시키고 나서 작가의 ‘수행 발화적’(언어=행위)5) 언어로써 그것들이 실행되게 하며 극적 양식을 허무는 것이다. 중간 중간 암전 상황에서 작가는 뇌의 형태를 한 젤리류의 시럽을 떠먹으며 뇌를 물질로 치환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순서의 지정과 순서의 실천에서 큐를 주는 행위에서 짧은 강연을 한다. 물론 순서의 한 부분으로서.
 
감각되는 것은 무엇인지, 곧 그것은 뇌의 사유나 지식 체계로 파악되지 않는 것들임을 말한다. 이는 감각이 이성이라는 기능 외에 주요하게 삶에서 실천되고 생각과 연결되는 부분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일종의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서, 앞의 세 작품은 관객에게 생각의 수행(performance) 지점을 형성하게 한다. 이는 강연자(퍼포머)의 목소리를 관객의 목소리로 전이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퍼포머는 하나의 대상으로 수렴되는 대신 현장에서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관객의 무형적 사유의 참여 과정을 증진시키는 뚜렷한 강연 주체로서 자리한다. 물론 이 강연은 일반적인 강연과는 형태의 차별성을 띨 수 있고, 지식의 일방적인 전달과 체계적으로 구축되거나 정답을 소유하기보다는 사유를 촉발하고 나아가 스스로 퍼포머로서 주체가 되어 삶의 연장선상에 화두를 부여하게끔 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렉처 퍼포먼스의 정의를 도출하는 데 있어 무대 예술의 환영에서 탈주하는 실험에서부터 퍼포먼스 아트의 조건을 정위하고, 다시 관객과의 대화를 성립시키는 주체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서 렉처 퍼포먼스의 정의를 한번 진단해 보았다. 불확정적인 정의 가운데에는 셋의 변증법적 매개와 변화 과정이 수반됨이 물론일 것이다.6)
 
글 · 사진: 김민관(공연 대본작가) | 진행: 이경택 기자

 
 
 
 
 
tag.  웹진 , 렉처 퍼포먼스 , 퍼포먼스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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