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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 07 / 23
사고의 유영, 죽음의 육화가 이룬 삶의 초월 양식_강화정 프로젝트 - 방문기 X
       



연극의 경계를 가늠하는 실험극의 시도
 
강화정의 실험극이 야기하는, 어떤 이해에 있어서의 낯섦 내지 어려움은 곧 연극에서 한 발 나아가 다원예술의 새로운 장을 창출하는 발화의 지점에서 읽히는 지점이 있다.

사실상 그녀의 실험극은 연극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보다 전체적으로 정박되지 않는 언어, 신체 언어의 독특한 표출, 음악과 내레이션의 극적 장치 등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직조하는 가운데 비록 언어를 해체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언어가 한가운데 놓인다는 지점에서 연극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그녀의 방식대로 연극을 전유함에 가깝고, 연극의 조건들을 새롭게 생성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연극에 대한 메타 언술로 읽힐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일종의 ‘죽음에 대한 보고서’인 <방문기 X>는 그간 그녀의 초현실주의적 캐릭터들이 실은 죽음의 층위에서 비로소 출현하는 인물이었음을 추측케 하는 점에서 미지의 현실이 아닌 작품의 해석 근거를 현실로 확장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그녀의 작품들이 연쇄적인 의미망을 이루며 메타적으로 확장되는 자기 지시적 성격을 품고 있다고 판단할 때 가능한 것이기는 하다.
 


판단 불가의 죽음을 뛰어넘는 생각의 자유로움
 
 
누구도 죽음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없고 예증할 수도 없으며 이를 상상함은 곧 판단 불가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극에서 제시한 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자유만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죽음이 지닌 자유의 차단을 견딜 수 없다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곧 죽음 이후가 무엇이리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죽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삶을 마감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극단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다소 추하고도 어리석게 비추며 죽음 전에 이미 차단당한 자유의 모습을 일견 보여주는 것이다.
 
생각과 느낌은 제약되어서는 안 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초월적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생각과 느낌이란 것은 어떤 것을 통한 이차적으로 촉발되는 것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것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은 또한 완전한 자유의 영역만은 아니다. 또한 생각은 시간의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내레이션 안에 감춰진 주체는 사실 그런 생각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데, 하나의 주체를 완성하는 대신 확정되지 않고 여러 주체의 신체를 왔다 갔다 하며 자유롭게 부유한다.
 


상징계를 벗어난 배우들의 외로운 사투
 
마치 자동기술법처럼 발화되는 내레이션은 하나의 주체와 중요한 서사축을 이루는 것 같지만, 죽음의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은 이 언어와는 별개로 혼자만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과 같다. 즉 강화정의 작품은 언어가 신체를 유령처럼 지배하되, 언어가 신체를 배반한다는 데서부터 그 난해함이 시작되는 것일 것이다. 즉, 언어의 기표는 부유하고 기의에 획정되지 못한다. 곧 언어가 다른 신체들의 기의가 되는 대신 신체 언어가 내는 기표와 충돌하며 이질적으로 비껴난다. 배우들은 극한 상황에서 그것을 체현하는 한편 언어가 자신들을 규정하지 않는 환경에서 실존의 몸부림을 구현해야 한다. 한편 그러한 신체 언어의 발화, 곧 척추가 올곧게 신체를 추어올리는 것을 벗어난 ‘이상 신체’, ‘격정 하는 신체’는 몸의 진동을 따라 언어의 오르락내리락하는 괴상한 톤의 언어를 생성한다.
 
이 배우들이 존재하는 것은 장엄하고 극적인 배경 음악들의 힘에 의해서다. 그 장엄한 아리아의 아우라가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순간 배우들은 다만 그것을 버티며 그것에 기대 서있는 것이다. 그 유기적인 뒤섞임은 음악과 신체의 상승적 만남으로 이어진다.



초월적 세계의 점층 되는 시간의 육화
 
 ‘죽음은 삶을 거역하지 않았다! 또한 삶과 죽음은 또한 불연속적이지 않았다!’
<방문기 X>가 단순히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만 그렸다면 그것은 판단불가의 영역을 성실히 지켰을 테지만, 이 극은 다시 죽음 이후의 단계로 점프한다. 사실상 죽기 전의 삶은 과거와 같지만, 둘의 경계는 무화된다. 죽음 이후의 삶의 무화된 모습으로서 죽음이 겹쳐지는 과정은 점층적으로 쌓이며 계속된다. 
 
이 극을 따르자면 신체는 과반수 물로 이뤄져 있고, 그 물이 다 빠지면 곧 죽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표상된다. 그 물은 다시 눈물을 상징하고 감정을 담지 한다. 신체가 다소 건조한 상태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지속하는 과정은 죽음에 대한 초월적 사고와 닮아 있다.
죽음 이후의 삶을 맞이하여 죽음을 육화하며 이제야 진정한 시간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등장인물의 말처럼 생각은 현실의 집착과 육신의 고통에 사로잡히거나 과거로부터 일어나는 정념과 미래를 가정한 상태에서 출현하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온전한 사유의 지점을 생성해 나가자는 의미로 읽힌다.
 
그 생성의 흐름을 따라 유한한 신체는 무한한 사유의 지점을 이야기한다. 또한 시간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재를 낳기보다 통합적으로 사유되며 점층적으로 신체에 쌓여 간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우리가 극을 타고 노닐었던 공간은 내레이션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과 같이 위치 지을 수 없는 생각의 자장에 일견 오버랩 되는 측면이 있다. ‘나를 들여다보라!’는 식의 대사는 마치 작가인 강화정의 생각을 열어둔 만큼 곧 그녀 작품에 대한 반응들로서 난해함의 역설에 대한 메타 언설쯤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정확히 그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이해되기보다 ‘또한 생각하라!’라는 의미로 들린다.
 
죽음과 타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죽음의 세계는 ‘열 길 물은 알아도 한 길 속은 알 수 없다’는 그 흔한 속담과 같이 타자의 알 수 없는 속내를 가리키는 것 같다.

강화정의 생각의 바다를 유영하는 것은 그래서 그 어려움조차도 어려움의 언어로 이해되는 대신 강화정의 언어를, 또 그것과 충돌하고 극적 상황에서 스스로 도출해 내는 연기방식을 체현하는 배우들의 자율적인 언어를 지켜보며 무의식적 자장을 겪어내는 것과 같다. 곧 그녀의 작품들은 생각과 느낌이 언어로의 치환 불가능성을 처음부터 전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언어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되는 지점이 자연스레 출현한다고 보이고, 이는 그녀가 만드는 실험극의 요체이지만, 그것은 돌아오되 돌아오는 지점을 명시하지 않은 채 돌아옴을 기약하며 나아가는 방식으로써 끊임없이 그 고유한 색채를 가져가며 변화 아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관 ㅣ 사진 고민구(photo9) ㅣ 진행 이경택 기자
 

About
:
 
연출가 강화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 졸업,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연출가 강화정은 장르적 경계들을 거부하고 무대의 총체적인 언어들을 활용하면서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통해 양식적 압축미들을 선보여 왔다. 본인 스스로, 본인에 대한 정의 혹은 개념의 정의를 거부하고 모든 친한 것들, 자신의 주변의 경계들로부터 탈퇴를 선언하고, 주어진 메커니즘에 대한 거부의 선을 분명히 하는 작가이다. 육신과 육신 이탈 사이의 몸짓과 언어의 청각과 시각적 감각사이의 유영이 강화정 연출만의 독특한 무대미학으로 전개된다.

 
tag.  강화정 , 방문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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