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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7 / 01
서림연가
       

서림연가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는 강우현, 강영진이 2013년부터 서울에서 활동을 시작한 사무소다. 아키후드(Archihood)는 architecture와 neighborhood의 조합으로 이웃같이 친근한 건축을 추구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을 의미한다. ‘틈과 경계’, ‘친숙함과 색다름’ 등을 주제로 건축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셰어하우스 틈틈집과 하얀민들레 농원 등이 있다. 2015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신진건축사대상 장려상을, 2016년에는 한국농촌건축대전 본상과 충주시 아름다운 건축물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안으로 풍경을 숨긴 벽체

하천을 따라 난 길로 철 지난 가게와 펜션들이 햇살 아래 무료하게 늘어서 있었다. 낮은 시골집에 벽을 올려 간판을 단 가게 집이나 뾰족한 지붕에 사이딩을 두른 2층 펜션 그리고 붉은 벽돌 벽에 짧은 청기와 지붕을 모자처럼 얹은 식당을 지나며, 이름만 들어도 자연이 느껴지는 ‘무주구천동’을 떠올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와서 보니 멀리 보이는 산이나 하천 쪽 느티나무는 좋았지만 생각보다 집들이 가까이 있었어요. 어수선했죠. 그래서 숨는다는 개념을 생각했어요. 건물이 돋보이면 안 된다고 봤어요. 요란하지 않게 사람도 숨고 건물도 숨는, 그러니까 사람은 건물에 숨고, 건물은 풍경에 숨는 그런 생각이었죠.”
건축가의 말처럼 서림연가는 큰길과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했다. 대지를 끼고 돌아가는 하천 사이에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 그늘 너머로 30m에 이르는 콘크리트 벽체 하나가 바깥세상과 맞서고 있다.
벽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발길은 벽체와 벽체 사이에 난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얕은 물이 담긴 수정원을 지나면 눈앞에는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중정-정원이 펼쳐진다. 가운데 허리를 가로질러 둔중한 콘크리트 슬래브 아래 손님을 맞이하는 투명한 리셉션 공간이 보인다. 정원에서는 객실의 어떤 창도 보이지 않고, 바닥으로 이어지는 조경의 선과 콘크리트 벽체만이 ‘숨겨진 공간’으로 조용히 우리를 이끌고 있었다.
“원래 중정에서 보이는 벽체의 높이는 1.8m 정도였어요. 공사를 하면서 객실 쪽 바닥을 더 파지 않아서 벽은 60cm 정도 올려 2.4m가 된 거죠. 정원에는 근처에서 보이는 자연을 옮겨다 놓으려고 했어요. 현장에서 나온 바위, 미리 봐 둔 나뭇등걸, 억새 등을 심었죠. 벽체가 높아 보이지 않도록 아래에 흙을 덮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가운데 있는 리셉션 공간과 슬래브 지붕의 수평적인 깊이에 비해 높이가 높아 공간적 안정감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 또한 슬래브에 뚫린 정방형의 오프닝도 바닥에 있는 조경 공간과 높이 차가 있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벽체와 슬래브 지붕을 좀 더 낮춘다면 전체적인 균형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띠 모양을 한 마당 집들의 집합체

“처음에는 대지의 반만 써서 2층집들로 계획했어요.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죠. 그래서 이번엔 전체 대지 가운데 중정을 두고, 그 뒤로 마당이 있는 객실을 둘러 모두 1층으로 여유 있게 계획했죠. 건축주가 정말 좋아했어요. 저희도 마음에 들었구요.”
현장답사를 다녀와 건축가가 어떻게 개념을 공간으로 구현했는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먼저 눈이 간 것은 가운데 중정을 감싸고 있는 ‘띠 모양의 매스들’이었다. 왠지 염색체나 다세포생물을 떠올리게 하는 길다란 형상 안에는 두 가지 유형의 숙박 유닛이 각자 독립적이고 내밀한 마당을 갖추며 들어가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숙박 유닛이 대지 윤곽의 꺾임에 따라 마당 형상을 바꿈으로써 전체로 유연하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더불어, 전체 시퀀스를 부드럽고 극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중정의 허리 부분을 조였다가 펼쳤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리셉션과 부속 공간의 벽체, 지붕을 세밀하게 다루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옥이 아니더라도 친숙한 공간

숙박 유닛은 원룸처럼 침대와 소파가 같이 있는 A 객실(一자형)과 가운데 마당을 두고 ㄷ자 형태로 객실이 들어간 B 객실(ㄷ자형),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특히 A 객실은 큰 마당을 의도적으로 북쪽에 두어 거실과 마주하는 벽에 해가 비치고, 지는 그림자가 바닥의 거친 마사와 식물들에 사선으로 떨어지는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저희가 꼭 한옥의 마당과 같은 공간을 만들려는 건 아니예요. 어렸을 때 경험한 마당이 있는 친숙한 공간에 보편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들어갔을 때 편안함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B 객실에 가보았다. 역시 담장 사이로 난 좁은 길로 들어가면 데크가 일부 깔린 마당이 나타나고, 그 앞을 지나면 현관이 나온다. 들어서서 바로 소파가 있는 거실이 이어지고 뒤로는 바비큐와 노천욕을 할 수 있는 길다란 후정이 보인다. A 객실과 마찬가지로 양쪽으로 마당이 보이는 구성으로, B 객실에서는 허전하다 싶을 정도로 열려 있다. 주방과 식탁이 ㄷ자형의 공간을 따라 돌아가고, 콘크리트 벽에서 꺾어져 튀어나온 낮은 슬래브가 테이블 한쪽의 의자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콘크리트의 회백색과 내부의 흰 벽과 흰 타일 그리고 다시 바닥이 같은 톤으로 이어지면서 동질감을 만들고 있었다. ‘놀기 좋게 만든 객실’이라는 건축가의 말처럼 마당을 둘러 공간이 여유 있게 구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들어오는 마당에 “여기 테이블에 앉아서”라고 말하는 듯한 데크와 테이블 세팅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중정에서 벽과 벽 사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체험의 과정과 비교해볼 때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날 것의 느낌이 났다. 마당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사용자가 다양하게 이용하고 경험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독특하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구성의 틀

흥미로운 것은 아키후드가 제안한 배치와 공간구성이 이 장소에만 있을 것처럼 독특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보편적인 구성의 틀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벽체로 둘러싸인 중정을 중심에 두고 그 주위로 독립적인 마당을 둔 프라이빗한 객실을 집합해, ‘사람도 숨고 건축도 숨는’ 공간구성은 무주가 아니어도 다른 장소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원경으로서 자연 풍광이 좋으나 근경으로 주변 환경이 혼란스러운 경우 게스트 하우스를 포함한 주거의 새로운 집합모델로 확장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객실 안에서 밖으로 선택적인 소통을 하고 높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의 유입을 꾀한다고 해도 결국 마당을 중심으로 한 매우 ‘건축화 된 풍경’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객실의 위치에 따라서는 인접한 수목이나 하천 등 좋은 풍경이 있지만, 이를 끌어들이는 건축적 장치는 3cm의 수직 루버 사이의 슬릿이나, 열어서 즐기기에는 덜 세련된 문이 전부다. 좀 더 능동적으로 주변의 풍경을 받아들여 각 객실마다 정체성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다.
끝으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현장에서 이렇게 정체성과 완성도가 있는 공간을 만나기는 드문 일이다. 창의와 열정으로 건축 작업의 영역을 넘어, 조경, 가구, 조명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 현장의 공백을 메우고자 노력한 건축가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설계: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강우현, 강영진) 

위치: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282 

용도: 숙박시설, 단독주택

대지면적: 2,275m2 

건축면적: 583.08m2 

연면적: 583.08m2 

규모: 지상 1층 

높이: 4.45m 

주차: 8대 

건폐율: 25.63% 

용적률: 25.63%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목재루버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무근콘크리트 위 침투성 하드너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선화설계사무소

시공: 이에스건설, 데크앤플로어(김동수) 

조경: 안마당더랩 


설계기간: 2016. 4. ~ 2017.4. 

시공기간: 2017. 4. ~ 2018.2. 

건축주: 최세영


진행 이지윤 기자 | 사진 노경(별도표기 외) | 자료제공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


조정구는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구가도시건축을 설립해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에 주제를 두고 지속적인 도시 답사와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tag.  건축 , Architect
       
월간 SPACE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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