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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6 / 06
하동 두 마당집 + 정금다리카페
       

하동 두 마당집 + 정금다리카페
 
이한건축사사무소
 
이호석은 동아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서강건축, hna온고당, 도시인건축, dmp건축을 거쳐 2014년 이한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연희동 주택(2015),흥덕 주택(2016)이 있다.
한보영은 동아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4년 이한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연희동 주택(2015), 흥덕 주택(2016)이 있다. 이한건축사사무소는 옛것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중시하며, 그런 건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은둔의 미로

이경창(건축비평가)

돌아가자(歸去來兮)
전원에 장차 풀이 무성할 텐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田園將蕪胡不歸)
…길을 잃은 지 그리 멀지 않았다(實迷塗其未遠)
-도연명, 『귀거래사(歸去來辭)』 중에서

자연의 풍광이 좋은 곳에 건물을 짓는 일은 모든 건축가가 바라는 바이다. 풍광이 좋은 곳은 그야말로 그 자체가 스스로 말하는 것이 많기에 풍부한 건축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이때 건축가는 그 풍광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역설적으로 그 담아냄은 가림에 달려 있다. 좋은 경치는 구태여 집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관조나 향유가 가능하기에 집안에선 얼마나 절제할 수 있을까, 어디를 가릴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동양 전통에서 말하는 차경(借景)은 단지 좋은 경관을 집 내부로 끌어온다는 의미를 넘어 안 좋은 경관을 가리는 적극적 행위이다. 그래서 원림에 관한 중국의 고전서 『원야(園冶)』(1643)에는 “차경이란 나쁜 것은 가리고 아름다운 것은 받아들이는 것(借者… 俗則屛之, 嘉則收之)”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 빌려와야 할 경관은 단지 시각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를 담아야 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기온이나 꽃의 향기, 심지어 음식이나 술을 먹거나 마실 수 있는 장소도 받아들이거나 막아야 할 경관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끌어들인 경관은 무엇보다 마음의 정감을 품게 하여 운치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觸景生奇 含精多致).
하동 두 마당 집은 그런 경관에 대한 적절한 절제와 가림, 그리고 개방의 삼박자가 리드미컬하게 구성되어 있다. 무엇을 가렸는가? 북쪽 계곡 건너편에는 녹색의 향연이라 할 만한 차밭이 있지만, 그 옆에는 거대한 컨테이너가 연상되는 차공장도 있다. 남쪽으로는 빼어난 계곡 곳곳에 펜션들이 산만하게 포진하고 있다. 끌어와야 할 것은 당연히 정감을 품게 만드는 곳이다. 하나는 남쪽의 정금교 옛 다리에 대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 계곡의 풍경이었다고 한다. 정금교 옛 다리에 대한 기억은 카페와 주택 2층 서재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듦으로써 해결했다. 지금은 새로운 다리로 대체되었지만, 낡아 이끼가 낀 콘크리트 다리 난간의 강렬한 인상은 건축가와 집주인 부부가 함께 나눈 공감대였다고 한다. 한편 주변 풍경은 이 건축물이 자리 잡게 되는 기초였다. 서쪽의 고목이 울창한 벚나무길과 만나는 카페는 땅을 돋우어 자연스레 길을 내부로 끌어와서 외부로 발산한다. 다리와 서재는 낮에는 계곡과 산 사이로 트인 바람의 길이자 통로이고 밤에는 별과 달을 마주하는 공간이다. 가장 극적으로 주변을 끌어들이는 곳은 거실이다. 모서리 창으로는 지리산 자락의 야생차밭과 발아래 계곡을 담고, 남쪽 창으로는 안마당을 통해 다리 건넛마을의 모습과 계곡의 물소리를 담아내며, 북쪽 창으로는 지리산 능선과 집 뒤편 차밭, 과수밭을 담는다. 가려야 할 곳을 가리고 절제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경관을 받아들이되, 주택이기 때문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건축가가 택한 해결책은 미로와 같은 동선과 마당의 도입이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길고 미로처럼 구불구불하지만 집에서 나가는 길은 짧게 만들었다. 그래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동선이 길어져 불편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바깥마당은 시각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들어올 때는 대문 칸을 통해서 수공간 징검다리를 건너게끔 했다. 그래서 공간의 성격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현관으로 들어온다. 현관은 여유롭지만, 집안으로의 시선은 트이지 않고 또 한 번 돌아서 복도로 향한다. 그러고 나서야 거실을 만난다. 반면 집안에서 카페나 마당으로 나가는 동선은 무척 짧다. 특히 손님방과 거실 사이 중앙에 화장실을 두어 순환하는 동선을 만든 점이 눈에 띈다. 주차장 쪽으로 만들어진 수공간은 집의 개방성을 만드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담장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 사람들이 바깥마당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지만 물을 건넘으로써 하나의 영역에서 또 다른 영역으로 진입함을 의식하게 한다. 시각적으로 열려 있지만, 경계를 만들고, 이를 분명하게 인지하게 하여 집과 주인이 존중받게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하다.
두 개로 쪼개진 마당은 성격도 상이하다. 바깥마당은 시선을 애써 차단하지 않고 이웃의 출입도 자유롭다. 현관, 세탁실, 목공창고가 위치하고 김장, 빨래 등과 같은 다소 번잡한 일상과 이웃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안마당은 거실, 주방, 안방을 ㄴ자로 면하게 하고, 계곡 쪽으로는 긴 마루를 두었다. 마을 도로 쪽으로 여닫을 수 있는 덧문을 두어 쉽게 시선이나 발길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로써 프라이버시는 보장된다.
집주인의 일상을 담는 집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생활의 편리함은 숨어 있는 곳일수록, 또 의식할 수 없는 곳에서 더 빛이 난다. 현관에서 거실로 넘어올 때 복도에 면한 안방문이 거실로 향하는 시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문틀을 가리고 벽체와 구분이 가지 않게 했다. 주인 영역과 손님 영역을 구분하고, 거실의 에어컨에서 나온 차가운 공기를 가두기 위해 미닫이 문과 복도에 매립식 문을 둔 것이나, 모든 실에 간접조명만을 적용하여 편안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 것도 그렇다. 어떻게 하면 위압적이지 않고 주변 풍경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를 고심한 흔적도 역력하다. 카페 처마를 길게 뽑아내니 공간이 아늑해지고, 유리가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건물의 높이는 최대한 절제하고 마감은 회색 시멘트벽돌과 적삼목을 거친 그대로 써서, 주변 자연과 이질감이 없도록 했다. 여러모로 기본에 충실하려 했음이 보인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매스의 형태가 일관성을 띠며 정리된 느낌이 부족하다. 또한 마당과 대문간 진입 부분도 성격이 잘 드러나진 않는다. 직영으로 시공된 탓에 더러 마무리가 섬세하지 않고 둔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 집이 여물려면 손때가 타길 기다려야 한다. 애초 건축이라는 행위는 건축가의 착상에서 디자인이 완결된 후 지어지기까지 시간의 지연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완성된 건물을 보지만, 건축가로선 지난 과거의 기록을 내보이는 셈이다. 주택은 그 지연의 시간이 더 길다. 사람의 손길과 삶의 때가 오롯이 담겨야 집이 된다.
건물주는 젊은 부부임에도 도시 생활에 지쳐, 귀촌을 택한 이들이었다. 동양의 역사에서 은둔은 처세지도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관직에 있던 관료가 자신의 사상이나 행동이 현실화될 수 없을 때나 세상의 사고방식과 부합하지 않을 때 도피의 의미로 은둔을 택했다. 그러나 차츰 노장사상의 영향에 따라 세속을 떠나 자연 속 무위의 삶이라는 윤리적 가치로 격상되고 은둔하는 자를 일민(逸民)이라 칭송하기도 했다. 이후엔 자연을 즐기는 소요(逍遙)의 의미와 산수(山水)를 바라보며 음미하는 상완(賞玩)의 미(美)의식으로 나아갔다. 현대인의 삶에서 은둔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현대인에게 도피는 의미가 없으며, 무위의 삶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가치와 삶의 여유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건축가도 이런 은둔이라는 의미에서 그 사례를 전통건축에서 찾았을 법하다. 하동 두 마당 집은 향단의 날 일(日)자 평면이 연상되기도 하고, 독락당의 미로와 같은 공간이 연상되기도 한다. 전통을 너무 무겁거나 유치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한건축사사무소의 이호석, 한보영 건축가가 택한 방식은 어떤 것이든 좋은 가치를 잘 활용하고자 하는 영민한 자세에 가깝다. “학문을 구하던 옛 선비의 자세처럼, 진지하고 기본에 충실하게, 배움을 구하는 마음으로 작업하였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래서 사무실의 이름도 옥산서원 동재 민구재(敏求齋)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는 또한 논어의 ‘옛것을 좋아해 민첩하게 이를 구한다(好古敏以求之)’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민첩함은 현대인의 삶의 양태를 지칭하는 하나의 은유라 본다면, 고전적 가치에 대한 현대적 수용을 잘 압축한 표현으로 보인다. 하동 두 마당 집은 건물주나 건축가 모두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건축이다. 도시에서 자신의 삶을 빼앗겨 살았던 건물주는 시골을 찾아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전원의 삶은 아파트나 도시형 공동주택의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익숙함과 결별하는 일에서 시작될 것이다. 자신의 건축을 시작하는 건축가 역시 마찬가지다. 익숙한 것에 던지는 새로운 질문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 아니겠는가.

 
The pond near the parking lot creates an openness of the house and acts as an invisible wall at the same time.


The cafe, which meets the cherry tree trail on the west side, brings in the path from inside to outside by raising the ground.

이경창
은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에서 건축이론을 전공하였다. 제5회 「와이드AR건축」 비평상을 받았으며, 「건축평단」과 ‘토요건축강독’에서 활동 중이다.



설계: 이한건축사사무소(이호석, 한보영)
위치: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삼신리 130-1
용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627㎡
건축면적: 289.51
 
연면적: 390.09(주택 - 183.5 / 카페 - 206.59)
규모: 주택 - 지상 2층 / 카페 - 지상 1층, 지하 1층
주차: 11대
높이: 6.6m
건폐율: 17.79%
용적률: 18.31% 
구조: 주택 - 철근콘크리트조, 목구조 / 카페 - 철골조
외부마감: 시멘트벽돌, 적삼목, 징크
내부마감: 시멘트벽돌, 천연페인트, 적삼목
구조설계: 박찬욱 
시공: 우리마을E&C(하광수, 장석신)
기계・전기설계:
진원엔지니어링
조경설계: 현디자인(김지현)
친환경자문: 오대석
설계기간: 2014. 7. ~ 12. 
시공기간: 2015. 6. ~ 2016. 2.
건축주: 김재홍, 김인영

자료제공 이한건축사사무소 | 사진 윤준환

 
tag.  건축
       
월간SPACE 2016년 6월호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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