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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11 / 10
원앤원 63.5
       

원앤원 63.5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이전 소규모 저층 건물에서 의도했던 벽돌 건축이 수공업적 작업이었다면, 고층 건물에 시도된 벽돌은 조직적으로 공업화된 작업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Reviewer A 
벽돌을 고층으로 쌓는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잘해냈다. 벽돌이 주는 질감의 효과가 건물에 잘 작용하고 있다. 기성 벽돌도 아니고 제작한 벽돌로 철심을 이용해 시공했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시공 장면을 보여주면 좋을 듯하다.
Reviewer B 
벽돌을 사용해 도시의 경관을 바꾼 것이 좋다. 벽돌로 쌓은 입면이 불투명한 부분과 반투명한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다양한 크기의 공극이 다양한 켜를 만들어 낸다. 결과적으로 드러난 다지인에 힘이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이런 작업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벽돌 

김인철(아르키움 대표) 
 
처음 든 의문은 왜 벽돌인가였다. 건축가는 의뢰인의 요구였다고 했다. 건물주에게까지 이유를 물을 수 없으니 추측으로 의문을 풀 수밖에 없다. 고층임에도 벽돌을 요구한 의도는 아마 두 가지 원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나는 벽돌에 대한 일반적인 낭만과 향수, 또 다른 하나는 벽돌의 새로운 활용에 관한 기대다. 앞의 경우는 보편적인 경험치의 발현일 터인데 명동성당이 교회건축의 전형으로 각인된 것처럼 건물은 벽돌이어야 한다는 통념은 아닐지라도 마리오 보타의 교보타워가 갖는 강력한 존재감을 원해 붉은 벽돌을 원한 것일지 모른다. 후자라면 엔지니어로 사업을 일으킨 의뢰인만의 어떤 철학이 벽돌도 고층 건물의 외장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워 건축가에게 그 실현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벽돌로 고층 건축이 만들어졌다. 
 
본래 벽돌은 조적조의 소재다. 모더니즘의 근간인 철근콘크리트가 등장하자 공간의 뼈대를 이루는 역할을 놓게 된 벽돌은 같은 처지가 된 석재와 함께 콘크리트 구조에 덧씌우는 외장재로 사용됐다. 그러나 판재로 가공된 석재가 오토 와그너의 비엔나 우편저금국에서 고전의 진화로 발전한 경우와 달리 벽돌은 여전히 칸막이 등의 조적벽으로 이용되다가 나중에 벽돌 모양의 타일로 개발됐다. 벽돌 모양 타일은 유리와 금속 등 새로운 외장재가 대량생산되기 전까지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지역 고층 건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주재료가 된다. 이후 교보타워의 경우와 같이 PC콘크리트에 타일을 부착해 설치하는 등 시공 기술의 발전으로 고층 건물의 겉모양이 벽돌로 마무리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됐다. 
 
목재의 가구조를 근간으로 하던 우리 건축이 근대건축과 함께 받아들인 벽돌의 조적조는 삽시간에 우리 풍경을 바꿨다. 목재보다 자재의 대량 확보가 쉽고 가공과 시공이 단순한 벽돌은 선택의 여지 없이 대중화돼 보편적 소재가 됐다. 벽돌을 창작의 소재로 삼아 작업한 대표적인 경우는 대학로의 표정을 결정한 김수근의 벽돌 건축 시리즈다. 그러나 구조재가 아닌 치장재로서의 벽돌은 재료의 본성과 물성을 표현의 주제로 삼는 현대건축의 대두로 후대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동안 침잠해 있던 벽돌의 부활은 개념에 치우친 현대건축에서 탈피하려는 새로운 경향이 소위 손맛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전환되면서부터다. 
 
간척지에 세워진 암스테르담의 벽돌 건축이 다양한 이형 벽돌의 개발로 디테일의 고전적인 완성을 이룬 경우도 있지만, 벽돌을 비롯해 목재와 금속 등으로 기계적인 감각을 인간의 감성으로 다듬는 작업은 지금 또 하나의 조류가 되고 있다. 황두진의 벽돌 작업은 큰 맥락으로 보면 그 흐름에 닿아 있다. 이전 소규모 저층 건물에서 의도했던 벽돌 건축이 수공업적 작업이었다면, 고층 건물에 시도된 벽돌은 조직적으로 공업화된 작업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모르타르의 접착력을 이용해 쌓거나 붙이는 방식에서 금속에 엮어 매달거나 걸치는 형식을 적용해 조적된 형태이되 매달린 형식이 된 것이다. 재료의 속성을 변환시켜 만들어진 형식의 변화는 벽돌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모티브로 발전한 것을 의미한다.

간판과 광고가 가득한 욕망의 거리에 단순하게 나타난 명료한 자신감은 거리의 분위기를 한결 윤택하게 만드는 요소로 거리의 시선을 모은다.
 
황두진은 표피의 다공성에 관심을 둔다. 그간의 작업에 항상 등장하는 루버와 벽돌 틔워쌓기는 공간의 껍질에 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그는 발터 벤야민의 ‘다공성’을 인용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의 건축 범위가 한옥으로까지 넓혀져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이며 무거운 경계로서의 벽체가 아니라, 상징적이며 가벼운 벽의 감각은 한옥의 특징이다. 가구조가 갖는 태생적인 구성은 구조의 틀 안에 공간의 틀을 따로 놓는 것이다. 또 공간을 이루는 벽은 문과 창의 구분이 모호할 만큼 가볍고 쉽게 열리는 기능을 가진다. 열린 벽은 공간을 확장하고 내부의 한계를 흐리게 해서 공간의 질량을 계량된 크기가 아니라 상대적인 감각의 것으로 치환한다. 다공의 벽체가 차양이나 가리개 역할을 하는 일차원의 방법론에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창작의 동기로 모자람이 없다. 창작은 일반적인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은 항상 상대적이다. 맑은 유리에 투명성을 부여하려면 불투명의 소재가 부가되어야 한다. 그는 하나의 면을 나누어 병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레이어로 겹치게 했다. 사이를 두어 복합된 관계를 만든 것이다. 그는 도심의 공간을 열었을 때 밀려올 소란을 다공의 벽으로 정제해 내부로 끌어들이고 발코니로 만들어진 사이를 투명하게 열어 내부를 확장했다. 그것은 서향의 조건을 해결한 지식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도시와 건축의 경계면에 사람의 냄새를 포진시키려는 지혜의 결과로 보인다. 나는 어번하이브에서의 아쉬움을 질모서리에서 풀었는데 황두진은 한 번에 푼 셈이다. 
 
프리뷰의 짧은 관찰로 모든 것을 평하기는 어려우나 아쉬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로로 구획된 도시 구조에서 블록 내부를 향한 배려가 평범한 방법으로 멈춘 것이다. 낮은 상가와 주택들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정면에 등을 돌리고 있는 듯한 모양이다. 평면적인 도시계획의 결과로 도시의 밀도가 기형적으로 나타나 있지만, 그 또한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사실이라면 건축의 자세를 한 번 더 되짚어 보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크지 않은 내부공간을 감각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칸막이를 전제해 배제했더라도 정면의 감각이 배면에도 일부 적용되었으면 완성도가 더해졌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야간의 경관이다. 24시간 깨어 움직이는 강남의 도시성을 고려하면 야경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발코니의 조명 방식이 의아하게 처리됐다. 사용할 벽돌을 디자인해 주문생산하고 다공의 면을 만들기 위해 구조의 해결과 디테일에 투입한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것에 빛을 입히는 마지막 손질은 미처 다그쳐지지 않은 듯하다. 
 
스폿 조명이 아니라 선형으로 빛을 흘리고 광원을 노출하지 않는 방법을 고안했다면 벽의 다공성이 더욱 명징하게 표현되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동교동, 도곡동 등 그와 나는 꽤 여러 번 지근 거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작업을 했다. 이번 경우도 강남대로변에서 두어 블럭을 사이에 두고 있다. 도시의 풍경을 결정하는 건축 작업이 우연히 함께 되어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는 경우가 되었는데 그것이 어떤 효과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번 작업은 의도한 결과였는지 모르겠으나, 건축의 색과 질감은 교보타워의 맥락을 따르고 있고 표피의 구성은 어번하이브의 더블스킨에 이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벽돌의 질감과 다공의 표피는 강남대로의 풍경에서 그리 생경하지 않다. 간판과 광고가 가득한 욕망의 거리에 단순하게 나타난 명료한 자신감은 거리의 분위기를 한결 윤택하게 만드는 요소로 거리의 시선을 모은다. 
 
김인철은 홍익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엄덕문 문하를 거쳐 1986년 인제건축을 설립하고 1995년 아르키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건축가협회상, 서울시건축상, 건축문화대상, 아시아태평양문화 건축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중앙대학교 교수 퇴임 후 현재 아르키움의 파트너로 작품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황두진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건축학과,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김종성의 서울건축과 김태수의 태수김 파트너스(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 TSKP(서울) 등에서 건축 실무를 익힌 후 2000년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는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을 모두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건축가 중 하나로 현대건축가이면서도 한옥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이는 그가 2010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동아시아박물관 한국실을 설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의 건축적 관심사는 중첩된 기하학, 다공성, 그리고 그가 ‘무지개떡 건축’이라 부르는 고밀도 복합건축 등의 3대 주제로 압축된다. 이 주제를 통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건축적 세계를 만드는 것이 건축가로서 그의 목표다.




설계: 황두진건축사사무소(황두진) 설계담당: 김용집, 차선주, 최윤희, 최유일, 양정원, 손주휘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43-6 지역지구: 도시지역 / 일반사업지역 / 제3종 일반주거지역 / 중심지미관지구 주요용도: 업무 및 근린생활 시설 대지면적: 488.1m2 건축면적: 284.44m2 연면적: 4,527.5m2 건폐율: 58.27% 용적률: 794.49% 규모: 지상 15층, 지하 3층 주차: 장애인주차(지상) 1대/ 기계식주차 18대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마감: 벽돌 내부마감: 견출 위 지정색 도장 구조설계: 은구조 기계설비: (주)세연엠이씨 전기설비: (주)세진전기연구소 시공: 이안알앤씨 설계기간: 2012.11.14. ~ 2013. 11. 1. 시공기간: 2013.11.15. ~ 2015. 6. 30. 건축주: 원앤원 홀딩스 15층 인테리어: 타스컴퍼니 사인 및 그래픽: 투플러스 15층 조경: KNL
자료제공 황두진건축사사무소│사진 김용관

 
건축가는 도심의 공간을 열었을 때 밀려올 소란을 다공의 벽으로 정제해 내부로 끌어들이고 발코니로 만들어진 사이를 투명하게 열어 내부를 확장했다.
 
tag.  건축 , Architect
       
월간SPACE 2015년 8월호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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