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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04 / 17
별똥집
       

별똥집

건축 에스아이
 
 
정수진은 영남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 파리-벨빌 건축대학교(DPLG/프랑스 건축사)에서 수학했다. 현재 건축 에스아이이의 대표이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늘집, 노란돌집, 붉은벽돌집, 각설탕, 별똥집, 횡성공방 등의 주택과 미래나야 사옥, 해인사 무릉헌, 의왕 선물 등 기타 건축 작업이 있다. 경기도 건축상 은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받았다.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 아트페어>, <DDP-한강 건축 상상전>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Reviewers’ comments
 
Reviewer A
단일집이면서 채를 나누는 데 마당을 둬 중정을 설정한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건축 어휘가 굉장히 세련됐으면서 유머러스한 요소가 가미됐다. 그동안 판교에서 이런 이미지를 많이 봤었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Reviewer B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도심지 주택에서 중정을 둬서 문제를 푸는 것은 올바른 해법 중 하나다. 그런데 매번 느끼지만 건축가가 일관성 있게 자신의 건축적 형태만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중산층의 욕망과 공공성의 환상
박정현(마티 편집장)

인터넷에 올라온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은 ‘빚이 없고 30평형대 아파트에 살고 월급이 500만 원 이상이며 2000cc 이상의 중형차를 타고, 해외여행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니고 예금 잔액이 1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반면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다르다. ‘외국어를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어야’ 중산층 소리를 듣는다. 이를 놓고 개인의 문화적 역량을 우선시하는 프랑스에 비해 한국의 중산층 기준의 천박함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온당하지 않다. 중산층을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경제적 수준을 뺄 수 없다. 경제를 모든 것의 최종 계급으로 본 마르크스는 말할 것도 없고, 상위-중산-하위 계층이라는 기본 범주를 정식화한 막스 베버 역시 경제적 상황을 중요하게 여겼다.▼1 한국의 사례는 물적 토대고 프랑스는 물적 토대에 기반을 둔 문화적 자산을 언급했다고 보는 편이 공정하다.
 
별똥집은 ㅁ자의 평면 유형을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게 외부에 대응한다.
 
 
‘30평형대 아파트’로 부동산 재산을 가늠해도 낯설지 않을 만큼 아파트는 한국에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린다. 수치로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욕망은 획일화되었다. 다수의 선택지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손해 보지 않는 길이다. 아파트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수가 바라는 안전한 선택지, 위치와 크기에 따라 정확히 매겨지는 투명한 가격, 환금성 보장 등을 포기하는 것이다. 아파트 신화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지만 현재도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주택은 다수의 욕망에서 자신의 욕망으로 이행하는 일이다. 비유컨대 초자아가 사라진 욕망이다. 판교를 둘러싼 중산층의 욕망은 철저히 자신에게 충실하다. 타자의 시선과 환금성이란 경제 논리에 강박되었다가 풀려난 이들이 여태까지 억눌린 데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자신의 취향과 욕망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신도시 단독주택은 아파트의 배다른 형제인 셈이다.▼2 판교를 비롯해 신도시 단독주택단지의 ‘무질서’는 하나의 잣대를 거부한다. 지구단위계획의 지침은 이 앞에서 별무소용이다.
서판교는 강남-분당-판교로 이어지는 지리적, 경제적 구도에서 가장 저밀도로 계획된 곳으로, 신도시 가운데 가장 부가 집중된 지역이다. 경제적 여유는 취향을 강조한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용인・수원 등지의 단독주택단지와 사뭇 다르다. 이곳에서 건축가 정수진이 택한 전략은 간단하다. 지구단위계획에서 요구한 ‘공유외부공지’를 제외하고 건축한계선을 따라 벽을 세워 올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외부공간을 공유한다는 취지의 공유외부공지는 담을 쌓을 수 없도록 한 지침과 함께 판교 지구단위계획의 핵심이다. 열린 공간을 통한 이웃과의 교류를 촉진하고,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도이다. 이는 비단 신도시 단독주택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파트계획안과 도시계획에 고루 퍼져 있는 이념이다. 다만 판교는 이를 강제하는 지침을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3 그러나 이 아름다운 생각이 제대로 구현되는 예를 쉽게 볼 수 없다. 공유외부공지는 주차장의 다른 이름이고, 담은 사라졌지만 외부공간을 공유하는 이상적인 이웃은 없다. 물론 담을 없애고 마당을 열어둔 집은 있다. 언제나 내려져 있는 블라인드와 함께. 정수진은 판교에서 하나의 유형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프라이버시의 확보다.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 집 바깥에서 벌어지는 상황보다 집안에서 속옷을 입고 편히 다닐 수 있는 자유에 관심이 더 많다.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박공지붕을 한 서재동은 닫힌 완결된 ㅁ자에서 탈피했다.
 
 
땅이 분양되어도 언제 집이 들어설지 알 수 없는 택지지구는 따라야 할 문맥과 선례가 없다. 옆집에 누가 어떻게 자리 잡고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대응은 바깥과의 절연이다. (민원이 발생하면) 인접 대지 2m 이내의 창에는 차면시설을 해야 하는 판교에서 옆집을 향해 창을 내지 않는 것은 민원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이다. 공공공간이 공동체에 필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공공공간만으로 없는 공동체를 만들지는 못한다. 물리적으로 함께 점유하는 공간이 공동체 의식을 배양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가족 중심주의와 닫힌 공간으로 이루어진 판교를 (교과서에서 배워 온)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곳에 공동체가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도 착각이다. 판교 입주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 교회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서 말이다. 입주가 시작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곳, 아직 빈 땅이 30% 이상 남아 있는 곳에서 공동체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은 누구도 이곳에 적합한 취향과 유형에 관해 말하기 힘들다. 정수진의 전작인 하늘집, 노란돌집, 각설탕집을 비롯해 별똥집까지 예외 없이 바깥으로 잠그고 안으로 여는 평면이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자폐적이며 자기복제에 가까울 만큼 반복된다. 사실 폐쇄적인 것 자체는 그다지 낯선 현상도 아니다. 문화재로 격상되고 있는 북촌 도시 한옥도 길을 향해서는 닫혀 있기는 마찬가지이며, 수졸당 역시 도시를 등지고 서 있지 않은가. 도시에서 언제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취향의 시장에서 정수진의 평면은 꾸준히 선택된다. 판교에서 통한다는 이야기다. 2011년 무렵 작업한 판교 초기 작업은 외부로 단 하나의 창도 내지 않았고, 요철 없이 매끈한 벽은 단호하게 시선을 거부한다. 내부 중정을 향하는 이들 평면은 온전하게 구심적이다. 공유외부공지를 제외하고 건폐율을 고려하면 온전한 ㅁ자 중정형 평면을 만들어내기에 판교 택지는 작은 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ㅁ자의 한 변은 폭이 좁고 높이도 1층이다. 최소한의 시선을 열어두는 것이다. 이 얕은 변은 창고, 화장실 등 최소한의 폭으로 해결해야 하는 방들 차지다. 별똥집 역시 이 평면 유형을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게 외부에 대응한다. 온전히 닫혔던 입면은 별채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열리며, 사선으로 처리한 외벽면과 그 너머로 살짝 보이는 나무는 폐쇄적인 느낌을 덜어낸다.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박공지붕을 한 서재동은 닫힌 완결된 ㅁ자에서 탈피했다. 공용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대지를 면한 북쪽 면은 온전히 닫힌 면이나, 이전 작업과 달리 출입구를 둬 폐쇄적인 인상을 걷어낸다.
그러나 매스 처리가 진일보한 것만큼 평면 구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정을 가운데 둔 ㅁ자 주택은 건축사에서 수많은 선례를 지닌 9분할 평면으로 읽힐 수 있다. 9분할 평면의 묘미는 가운데 공간과 어떻게 네 변의 공간을 여닫으며 엮어내느냐에 달렸다. 외변을 방-방-방이 이어지는 식으로 연결하거나 중정을 끼고 복도공간을 확보하거나, 이 둘을 기능과 필요에 맞추어 섞어내는 것이다. 첫째 방법의 대표적인 예는 두말할 필요 없이 팔라디오의 빌라 로툰다다. 중심 돔 부분은 네 곳의 출입구에서 이어지는 동선이 교차하지만 통과 동선으로 보기는 힘들다. 르네상스의 대우주-소우주를 표상하는 상징공간이다. 방은 당시의 여느 빌라와 마찬가지로 복도 없이 이어진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중히 여기는 요즘에는 좀처럼 적용하기 힘들다.▼4 내부에 복도를 두르는 방식이 가장 간단히 기능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미닫이문으로 복도를 이따금 막아 방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별똥집도 이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공간의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깊지 않기에 별똥집의 평면은 결국 긴 ㅡ 자형 평면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별똥집의 내부공간은 규모에 비해 다채롭지 못하다. 건축가 못지않게 단순함을 즐기는 건축주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유형으로 사뭇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때 정수진의 판교형 ㅁ자 주택은 건축적으로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다. 중정과 주변 실과의 관계, 바닥 레벨의 높이 변화, 상하층의 연결 방식 등 시도해 볼 수 있는 많은 갈림길이 아직 남아 있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고려하고 담을 사용할 수 없는 지침을 따르면 수는 점점 복잡해질 것이다. 외부 조건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지점 말이다.
 
 
중정과 주변 실과의 관계, 바닥 레벨의 높이 변화, 상하층의 연결 방식 등 시도해볼 수 있는 많은 갈림길이 남아 있다.
 
 
판교는 건축의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무덤이다. 중산층과 건축가의 취향과 욕망은 판교를 건축의 전시장으로 만들지만, 어떤 건축도 자신이 처한 대지를 벗어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제각각 독자적인 이유로 서 있는 신도시 주택지에서 하나의 건축물은 무기력하다. 한국의 현대건축은 옛 동네를 없애는 데는 익숙하지만, 새 동네를 만들어 본 적은 없다. 토건족과 시행사의 탓이라는 변명도 건축의 무능함을 드러낼 뿐이다. 별똥집을 비롯해 판교의 주택은 이런 사실을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자족하는 중산층의 개인적 유토피아에서 판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건축은 여기에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할 것이다. 언젠가 주택들이 헐리고 새로 지어질 무렵, 판교에는 따라야 할 문맥과 선례가 생겨 있을까? 그 무렵 판교형 ㅁ자는 살아남을까? 별똥집과 2015년의 판교는 답보다 질문을 던진다.
 

 
1. 막스 베버는 『경제와 사회』에서 부, 지위, 권력을 사회계층의 구분 기준으로 제시했다.
2. 판교 신도시는 강남의 밀도 해소와 집값 상승을 억제할 목적으로 계획되었지만, 예상 밖으로 높았던 분양가는 강남과 분당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만다. 황금알을 낳을 마지막 기회로 불린 판교의 분양 경쟁률은 782:1이었다. 주거7지역 인근에 업무타운을 형성해 단순한 베드타운이 되는 걸 막겠다는 판교 테크노밸리 계획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테크노밸리는 물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판교의 주거지역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3. 판교를 시발로 전국의 혁신도시 등에서 확대재생산 중이다.
4. 방으로 이어진 르네상스의 평면이 복도로 연결되는 평면으로 변모한 과정에 관한 탁월한 분석은, 로빈 에반스의 책 『Translations from Drawing to Building and Other Essays』 (London: Architectural Association, 1997), pp. 55~92에 나온다. 이 과정은 사생활이 발견되는 역사와 나란히 한다. 이에 관해서는 조르주 뒤비 외 엮음, 『사생활의 역사』 3권과 4권(새물결, 2002)을 참조.
1. Max Weber suggested wealth, position and power as the criteria for the division for social classes in his book Wirtschaft und Gesellschaft (1920).
 
 
 
박정현은 AURI인문학포럼 논문 대상과 제3회 「와이드AR」 비평상을 수상했다. 『전환기의 한국건축과 4・3그룹』 (공저)을 썼으며,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 등의 책을 옮겼다. 도서출판 마티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설계: 건축에스아이(정수진)
설계담당: 정우영, 박준희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501-6번지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32.10m2
건축면적: 112.19m2
연면적: 180.27m2
규모: 2층
높이: 8.2m
주차: 2대
건폐율: 48.34%
용적률: 77.6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화강석, 모노롱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VP, 타일
시공: 염경수
구조설계: EN구조
기계·전기 설계: 성도 ENG
설계기간: 2013.10. ~ 2014.3.
시공기간: 2014.4.~ 2014.11.
건축주: 김연하

자료제공 건축 에스아이│사진 남궁선
 
tag.  건축 , 건물 , Architect , 정수진 , 건축 에스아이 , 판교 주택 , 별똥집
       
월간SPACE 2015년 4월호 (5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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