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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5 / 01
RW 콘크리트 교회
       

 
네임리스 건축
 
 


나은중
과 유소래는 각각 홍익대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를 같은 해 졸업했다. 2010년 공동으로 뉴욕에서 네임리스 건축을 개소한 후 서울로 사무실을 확장하였으며,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과 예술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건축과 함께 사진, 설치 등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 뉴욕, 시카고 등의 도시에서 다수의 작업을 전시, 기획하였다. 2010년 보스턴건축가협회상, 2011년 뉴욕건축가협회상과 뉴욕건축연맹 젊은건축가상, 2012년 문화관광체육부 오늘의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실패의 얼굴
 
 
이종건(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통속적인 취미들이 이룬 익숙한 풍경의 새로운 마을에서 다소 떨어진 채 홀로 서 있는, 이 건물이 가장 먼저 드러내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움이다. 그것은 순전히 직선체계로 구성된 엄격한 모더니즘 덩어리 위에 얹힌 부조화스러운 십자가 구조물* 때문인데, 심지어 건축가들마저 예측치 못한 첨가물로서 일종의 불시적인 건축적 습격인 셈이다. 불화의 탓을 순전히 건축가 측에 두는 것은 불공평하지만, 전문가 내부의 언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건축가들에게 전혀 달갑지 않은 이 사태는, 건축주(들)의 영토화 욕망과 건축가들의 건축적 욕망 간의 충돌로 인해 빚어졌는데, 건축가들이 프로젝트 현장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욕망이었다 하니, 좀 얄궂다. 건축가들이 범한 실수는 십자가 아이콘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빚어졌다. 세로보다 가로가 긴, 그리고 완벽히 건물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러니까 독립성을 획득하지 못한 십자가가 근사하게 작동하리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순진했다.
 
네임리스의 첫 준공작인 이 건물은, 건축주-건축가 간 욕망의 차이의 문제를 완전히 괄호 안에 넣은 채, 건축적으로만 접근해도 실패의 얼굴을 비춘다. 이 작업에서 건축가들이 가장 공들인 듯한 예배공간에 이르는 경로의 건축적 경험, 곧 빛과 어둠의 극적 대비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인데, 순전히 경험의 미천 혹은 현실인식의 결여에 기인한 것 같다. 일시에 툭 터지는 예배공간 직전의 일상의 풍경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곳을 제외하면, 건물 어디에서도 특별히 건축적이라고 할 만한 특질들, 예컨대 공간감을 경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의 배치도, 구축성이나 물성에도 건축적으로 특별한 것이 없다. 게다가 외부와 내부의 소통은 시각에서 그치고 만다. 물론 네임리스의 첫 작업이 실패로 점철된 것만은 아니다. 건물은 매우 효율적이고 일상적으로 잘 작동한다. 그뿐 아니라 합리성, 미학, 맥락성 등의 차원에서 주변의 모든 건물들 중에서 가장 빼어나다.
 
건축은 사랑과 닮았다. 욕망의 대상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대상을 통해 욕망을 이루고자 하지만 바로 그 대상을 늘 흘러 넘어선다는 점에서, 그리고 욕망이 근본적으로 복무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대상이 욕망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을 돕고 헌신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이룬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가끔 문화권력, 따라서 사회적 힘을 지닌 소수의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건축적 욕망을 대상의 욕망에 강제시키는 폭력적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갑과 을의 구조에 붙잡힌 건축가의 욕망이대상의 욕망에 일방적으로 부러지는 사태가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말이다. 네임리스의 건축적 실패 또한, 주로 상대의 욕망을, 그리고 그것을 나의 욕망 속에 배치해서 조화롭게 관계시키는 데 능숙하지 않아 실패하는 첫사랑과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첫사랑의 실패가 사랑의 실패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첫사랑은 거의 모두 실패한다. 현실적인 대상이 부재한 상황이긴 하지만 네임리스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와 고독하고 끈질긴 작업으로 근간 뉴욕건축연맹의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는 등 상당한 건축적 성과를 일구어내었다. 네임리스는 여전히 우리가 주목하고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건축적 잠재력을 지닌 소중한 건축가들이다.
 
*편집자주 : 현장답사 일주일 전 교회 측은 건축가와 상의 없이 계단실 상부 종탑의 빈 공간에 삽입되었던 십자가를 폐기하고 지붕 상부에 다시 커다란 십자가 구조물을 만들어 세웠다
 
 
 
 
 
 
세속의 욕망과 건축의 담담함
 
김정임(서로아키텍츠)
 
 
 마을의 원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양주 별내신도시. 이곳의 밀도와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넓은 8차선 도로와 그 주변을 듬성듬성 에워싼 아파트 군락들, 그리고 80% 이상 비어 있는 필지들…… 이 모든 풍경이 개발 중인 휑한 신도시의 풍경이다. RW 콘크리트 교회는 3~4층 규모의 상가주택들이 운집한 원주민 이주지 블록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양감이 느껴지는 콘크리트 덩어리의 끝선을 주변의 높이에 맞추고 종탑을 겸하는 계단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투명하게 처리한 것이나, 대지경계선을 따라 무심하게 올려진 매스로부터 과감하게 캔틸레버를 뽑아낸 것에서 조형과 비례를 다루는 건축가의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대지의 레벨 차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자연채광과 환기, 조망까지 해결한 지하식당과 압축된 수직 동선 사이에 드러나는 탁 트인 조망을 갖는 예배당 진입홀, 그리고 600석 규모의 예배당과 커뮤니티 카페 등 크고 작은 규모의 실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이 속에 세세한 기능들을 담아낸 건축가의 노고가 느껴진다.
 
건축가는 무분별한 신도시 개발과 현실 종교의 세속적 행태에서 표출되는 욕망을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담담하게 걸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욕망은 대도시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진한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RW 콘크리트 교회가 갖는 건축적 담담함이란 현실의 과도함과 부딪혀 얻어낸 초월적 태도라기보다는 스타일로서 추구된 것이라는 인상이 없지 않다.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진 조형성과 가감이 필요 없는 내부공간 계획은 흠 잡을 곳 없어 보이지만, 건축이 100점짜리 정답을 찾는 행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텍스트를 읽을 때 작가의 배경을 감안한다. 이 건물이 젊은 건축가의 데뷔작이라는 것을 알기에 많은 것보다는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좋은 것을 기대했었다. 그 매력적인 한 부분으로 인해 미흡한 다른 부분들이 상쇄되기를 기대했는데, 현장에서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기성세대로부터 자주 접할 수 있는 정제된 결과물보다 젊은 건축가의 덜 다듬어진, 그렇지만 명확한 이슈를 갖는 자기 주장들이 작업의 경계를 확장시키리라 믿는다.
 
네임리스의 두 건축가 나은중, 유소래. 이 둘의 외모와 이름에서부터 개화기 지식인을 연상시키는 묘한 품격과 매력이 느껴진다. 뉴욕과 서울이라는 두 대도시를 기반으로 사회문화적 경계를 오가고 있는 이들의 다음 작업에서는 그들에게 내재된 단단함이 좀 더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들은 이 시대의 ‘깨지기 쉬움(fragility)’에 주목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이야기와 낮은 목소리에는 생활에 뿌리를 내린 단단한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설계: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협력설계: 제이플러스건축(임정택, 정화택)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용도: 종교시설
대지면적: 1,039m2
건축면적: 623.30m2
연면적: 2,988.14m2
건폐율: 59.9%
용적률: 193.7%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THK24투명복층유리
구조설계: 미도구조컨설턴트
기계・전기설계: 원이엔씨
시공: ㈜이공
설계기간: 2011.07~2012.03
시공기간: 2012.04~2013.01
건축주: 록원교회

자료제공 네임리스 건축│사진 김용관(별도표기 외)
 
 
 

RW concrete church, nameless architecture from rohspace on Vimeo.

 
tag.  건축 , 건축사진 , 공간 , 건물 , Architect
       
월간SPACE 2013년 5월호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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