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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 06 / 10
대전 한의원 주택
       

 
너나없이 주식에 투자하듯 집을 사고, 환금성 있는 아파트가 무엇보다 좋은 조건이 되는 우리의 주거 현실 속에서도 ‘홈-스위트-홈’을 꿈꾸는 소박한 삶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전 근교 신도시, 논밭이던 벌판에 고속도로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바로 옆에 주택용지 칸이 그어진다. 이렇듯 어설프게 세운 도시 공간에 나름의 정주를 위한 집을 놓으면서 질문한 것은 그저 단단히 땅에 정박하는 건실하고 솔직한 집에 대한 것이었다.

건축주는 1층에는 직접 운영하는 한의원, 2층에는 가정집을 두고 가끔 친지들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흥이 나면 언제든 풍물 판을 벌일 수 있는 작고 간결하지만 개성 있는 공간을 꿈꾸었다. 반면에 대지는 아파트 주변부에 들쑥날쑥 들어선 상가와 나대지 사이, 신도시의 경박한 새로움과 동화 속 뾰족지붕의 초현실이 공존하는 곳에 있었다. 휑한 10차선 도로 옆으로 시대와 정체성이 불분명한 허구들이 띄엄띄엄 채워지고 있는 곳. 규정되지 않은 양식의 요철 심한 매스 위에 근거를 알 수 없는 지침이 만든 어정쩡한 각도의 경사지붕이 얹히고 요란한 간판까지 더해진다.

이에 우리는 아름답거나 멋있는 집이 아니라 오히려 투박하고 덜 세련된, 낯설고 못생긴 집을 짓기로 했다. 안쪽으로 모이는 경사지붕을 취해 밖으로는 최대한 원초적인 형태를 유지했다. 고집스레 막힌 듯 보이는 건물은 2층 마당을 통해 내부를 향해 열려 있다. 1층에서는 시선의 수평적 흐름과 함께 기능적인 동선을 유도한 반면, 2층은 경사지붕으로 확보한 높은 천장고와 고창을 통해 여러 방향으로 시선을 분산하면서 동선과 시선을 최대한 깊고 멀리 가져가게 했다. ㄷ자 평면을 통해 LDK와 한실 부분이 침실과 분명히 구분되는 동시에 서로 마주 보며 경계를 허문다. 거칠고 투박한 외관을 한의원 내부로 연속시키며 부뚜막 같은 재료의 물성을 만들려 했다. 주택 내부는 밝고 부드럽게 처리했다. 대신 안마당에 툇마루를 놓고 오판석으로 어둡게 마감해 외부 데크의 검정 벽돌과 통일성을 갖게 했다. 겨울에는 옆 놀이터 소나무의 녹음, 여름에는 앞 데크 백일홍의 진홍색 꽃이 무채색 건물과 대비될 것이다.

 
대지 바로 맞은편 땅에 핑크색 몰딩 가득한 집이 거의 동시에 지어졌다. 그것과 마주하고 앉은 우직한 포즈가 밖으로는 고집스런 건축주의 삶을 대변하고 안으로는 그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기를 바란다. 집을 지은 것이 자기네 삶의 혁명이었다는 건축주의 말에 기대, 우리 도시를 가짜가 아니라 진정성 있게 바꾸는 것은 다름 아닌 개개인의 건강하고 소박한 꿈을 진솔하게 실천하는 것이라 믿어본다.


설계 : 정현아
설계담당 : 이일수
위치 :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 657-1
지역/지구 : 제2종 일반주거지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대지면적 : 246.7m2
건축면적 : 134.5m2
연면적 : 247.6m2
건폐율 : 55%
용적율 : 100%
규모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송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 화이트 오크,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설계기간 : 2008.3~2008.8
공사기간 : 2008.9~2009.2
시공 : 김대연
 
정현아 | 사진 박완순 | 진행 김상호 기자
 
tag.  디아 , 대전 , 정현아 , 한의원
       
월간 SPACE 2009년 06월(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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